2012. 4. 29. 23:15ㆍNOTE/PHOTO
로버트 카파 (Robert Capa)
프리랜서 사진가였던 그는 가장 사실적인 사진을 위해 전쟁의 최일선도 마다하지 않고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달랑 카메라 하나만 들고 종군을 한다. 그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36년 스페인내란에서 총탄을 맞아 쓰러지는 병사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라이프>지에 실리게 되면서부터이다.
사진가로서 로버트 카파의 생애는 전쟁으로 시작해서 전쟁으로 끝났다. 그는 전쟁을 전문으로 찍는 전쟁사진가로서, 스페인 내란중에 일약 유명한 존재로 등장하여 일생동안 카메라를 들고 전쟁터만 누비다가 전쟁터에서 최후를 마쳤다. 그는 19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큰 전쟁터를 두루 누비고 다니며 전쟁의 실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1913년 10월 22일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그의 본이름은 엔드레 프리드만(Endre Friedmann)인데, 1931년 유태인인 그는 유태인을 탄압하는 독재정권을 피해서 독일로 갔다. 그는 그곳에서 베를린대학에 다니는 한편 울스타인(Ulstein) 통신사의 암실담당 조수로 학비를 벌었다. 1932년 러시아의 트로츠키가 스탈린에게 축출되어 망명길에 올랐을 때, 마침 이를 취재할 기자가 없어 대신 나가 취재한 사진이 특종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암실 조수로부터 정식 사진기자로 임명되었다.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잡게 된 1935년부터는 로버트 카파로 이름을 바꾸어 보도사진가로서 새로운 활동에 들어간다.
이 무렵 세계 정세는 전쟁의 어두운 구름이 차츰 짙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라이프'가 창간된 1936년 드디어 스페인에서 먼저 전쟁이 터졌다. 프랑코가 독재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내란을 일으켰고 인민전선파가 이에 맞서 대항한 것이다. 그는 이 전쟁에 뛰어들어 최전방으로 갔다. 어느날 공격명령과 함께 인민 전선파의 병사 하나가 돌격하기 위해 참호를 박차고 나가는 순간 머리에 총탄을 맞아 그 자리에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바로 가까이에 있던 로버트 카파는 이를 본 순간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것이 제대로 들어맞아 이 결정적 순간의 장면은 '라이프'지에 실려 온 세계에 공개되었고 로버트 카파라는 이름은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 이것이 바로 그가 평생 전쟁사진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운명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는 1938년 중국으로 건너가 중일전쟁을 찍었고 1942년까지는 제2차세계대전에 종군하였다. 그는 이를 위해 영국을 거쳐 북아프리카로 그리고 연합군의 전선이동과 함께 지중해를 건너서 이탈리아까지 또한 전쟁의 막바지에는 노르망디 상륙과 파리의 함락에 이르기까지 줄곧 전방부대와 함께 일선에서 뛰었다. 1945년 전쟁이 끝나자 미국 시민으로 귀화하였으며 1948년부터 1950년까지 또다시 팔레스티나의 이스라엘 독립전쟁에 뛰어들었다. 1955년 그가 마지막으로 종군한 싸움터는 인도차이나전쟁이었다. '라이프'의 요청으로 현지로 달려간 그는 그해 5월 25일 월맹군이 부설한 지뢰를 잘못 밟아 폭사하고 말았다. 그때 그의 나이 마흔한 살이었다.
로버트 카파의 사진세계는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의 적나라한 실상에 대한 파악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그는 전쟁을 전문으로 찍었지만 결국은 전쟁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추구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의 사진에서 전쟁이란 어디까지나 하나의 배경일뿐, 기본적으로는 이에 직면하여 부각되는 인간성의 표출에 초점이 모여지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라는 절박한 현실 앞에서 인간은 극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 그리하여 전쟁은 인간의 본색을 폭로시켜 이제까지 가려졌던 인간의 외관과 가식을 여지없이 짓밟아 버린다. 로버트 카파는 전쟁에 직면한 인간성을 심도있게 파고들었다. 바로 이점이 전쟁사진을 한낱 전선의 현황을 알리는 뉴스사진의 범주를 넘어서게 한 요인이 되었다.대개의 경우 전쟁사진은 아군이 적군을 대적하는 입장에서 포착된다. 전쟁이 원래 우리편과 적이라는 흑백논리만이 통하는 힘이 대결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전쟁에서는 무조건 우리 편만이 정당하고 의로운 것이며 반대로 적은 어디까지나 부당하고 불의하며 괴멸되어야 마땅한 존재들이다. 전쟁은 살벌한 판국이므로 흑백논리만이 통하고 그 밖의 다른 논리가 끼어들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전쟁사진도 결과적으로 보도의 편향성을 띠게 마련이다. 그러나 카파는 적과 아군이라는 적대관계를 떠나서 인간 본연의 갈등과 마찰을 인도주의적인 견지에서 바라보았다. 그는 전쟁이 적개심에 불타오르는 충돌이지만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착한 본성이 배태하고 있음을 직시하였다.
그의 전쟁사진에 나타나는 또하나의 특징은 다른 보다사진가들보다 더욱 깊이 전쟁이라는 가혹한 현실과 밀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는 목격자로서가 아니라 전쟁터에 직접 뛰어든 참전자의 입장에서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총을 들고 적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전방군인처럼 최전선에서 긴박한 상황에 직면하여 절박한 현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때문에 그의 사진은 강렬하고 보는 이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그의 사진은 대상을 인식하거나 가슴으로 공감하는 심정적인 접근보다는 몸으로 부딪침으로써 솟구치는 생명력의 기록이다. 그러므로 그의 전쟁사진은 결국 그 자신의 생명적인 자기 발산이며 끊임없는 도전행위이기도 하다. 로버트 카파가 전쟁사진가라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띠고 있다. 사진가로서 전쟁에 종군한다는 것은 자기 생명을 담보로 맡기는 위험한 모험행위이다. 자진해서 줄곧 전쟁터로만 뛰어들어 전쟁사진만 전문으로 찍은 것은 마치 외인부대에 자원한 군인들처럼 모험심에 불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사진은 유달리 힘차고 강렬하며 생명감이 넘친다. 그리고 도전과 응전의 팽팽한 대치 속에서 감도는 긴박감이 고조되어 있다. 이것은 자기자신을 위험속에 송두리째 내던져서 환기되는 생명적인 충일감이며 또한 생존적인 자기확인 행위이기도 하다. 그는 사진가로서 생명들의 결사적인 대결과 충돌의 소용돌이 속에 뛰어들어 생명의 역동성과 솟구치는 존재의식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생명적 존재의식에 넘치며 삶과 죽음의 틈바구니에서 끈질긴 생명의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의 사진은 다른 보도사진가들의 다큐멘터리 사진보다 더 직설적이며 현장성이 강하고 호소력이 있다.
로버트 카파의 남성적이고 능동적이며 대담한 성격은 일정한 직장이나 어떤 조직체계에 얽매이기에는 너무나 활달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보도사진가로 출발한 처음부터 일정한 언론기관에 속하지 않고 프리랜서로서의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그러나 편집자가 주도하는 잡지 제작체계에 그는 많은 제약을 받아야만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나자 1947년 까르띠에-브레쏭, 데이비드 시무어와 함께 새로운 보도사진의 유통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일종의 사진원고 은행격인 '매그넘(MAGNUM)'을 설립하였다. 이것은 잡지편집자에게서 청탁을 받아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을 마음대로 찍어서 공동으로 모아두었다가 잡지사들이 필요할 때에 원하는 사진을 사가도록 하는 일종의 사진원고 판매의 에이전시였다. 이 기구는 보도사진가들이 자구책을 모색하는 성격을 띠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도사진가들만으로 구성된 엘리트 사진집단이기도 하였다. 이들은 공동테마를 내걸고 합동전을 기획하고 또한사진집을 출판하여 영향력을 크게 떨쳤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그는 이 사진집단의 실질적인 대표로서 온갖 노력을 기울여 이 기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았으며 이 기구는 세계를 대표하는 보도사진의 본산으로 평가되게 되었다. 로버트 카파는 보도사진가로서의 업적도 길이 남을 만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보도사진의 유통체계를 뒤바꿈으로써 보도사진의 새로운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리고 수동적으로 편집자의 기획과 지시에 따라 작업을 해야만 했던 사진가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보도사진은 보다 더 개성적이고 전문적인 성격을 띠게 만들었다.
로버트 카파는 비록 단명했지만 정력적이고 강한 추진력으로 많은 사진들을 찍었으며 보도사진계에 기여한 공헌 또한 컸고 사진인이 사회의문제를 바라보는것가 관련된 시각의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 그의 작품 *
http://www.temple.edu/photo/photographers/capa/capa1.html
http://www.icp.org/chim/bio/photo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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