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17. 23:04ㆍCULTURE/BOOKS
▣ 제목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 저자/올긴이/번역
마여 앤젤루 저/김욱동 역
▣ 출판
문예출판사
▣ 내용/추천사
앤젤루는 금발 백인 소녀인 자신이 마법에 걸려 못생긴 흑인 소녀로 변했다고 믿던 어린 시절부터 이른 새벽에 할머니 가게에 찾아오는 흑인 노동자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목격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여 앤젤루는 차차 인종차별과 관련된 여러 사건을 겪게 된다. 졸업식에 백인이 와서 훈시를 한다거나, 백인 여주인이 심부름을 해주던 자신의 이름을 제멋대로 바꾸어 부른다거나, 백인 의사가 자기를 치료하기를 거부한 일 등. 그녀는 이토록 철저한 차별에 분노한다. 하지만 그토록 도덕적이고 반듯한 할머니도, 자유분방한 어머니도,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떳떳하게 소리 높여 이에 항의하지 않으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런 부당함에 대처하며 살아간다. 앤젤루는 이런 가족을 보면서 내재화된 분노를 표출시켜 훗날 흑인 인권운동가로서의 발판을 마련한다.
이 책에서 묘사하는 13년 동안 앤젤루는 할머니에게서 어머니에게로, 어머니에게서 다시 할머니에게로 모두 일곱 번 거처를 옮겨다닌다. 한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부평초처럼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그녀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미 대륙으로 쫓겨와 뿌리 뽑힌 그들의 조상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리적 이동은 동시에 마여 앤젤루의 정신적 여정 또는 영혼의 순례를 상징하며 마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삶에 대한 인식과 통찰을 얻는다.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답게 마여 앤젤루는 자유자재로 언어를 요리한다. 그녀의 너무나 생생한 비유와 상징과 위트는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분노하게 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요리에 대한 묘사는 금방이라도 침이 흘러나오게 할 것처럼 생생하며, 순박한 흑인들이 함께 모여 소시지를 만드는 정경이나, 마을에 한 대밖에 없는 라디오 앞에 모여 앉아 흑인 권투선수 조 루이스의 권투중계를 들으며 흥분하는 모습은 마치 1960년대 우리나라의 어느 마을을 복사해놓은 듯하다. 절름발이 윌리 삼촌에 대한 묘사, 자신을 문학의 길로 이끈 버사 플라워즈 부인에 대한 묘사 등을 보면 무심한 서술 속에 그녀가 얼마나 사람의 심리를 잘 꿰뚫고 있는지, 그리고 그 통찰력 속에 얼마나 인간에 대한 따뜻한 휴머니티가 살아 숨쉬는지 잘 드러나 있다.
1928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오빠 베일리와 함께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 아칸소 주의 스탬프스에 보내져 가게를 운영하는 생활력 강한 친할머니 애니 핸더슨과 절름발이 삼촌 윌리와 함께 어린시절을 보내게 된다. 여덟 살 때 세인트루이스에서 어머니의 남자친구에게 강간을 당하고, 그 일로 법정에 서게 된다. 자신을 강간한 사람은 살해되고 이 모든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려 한동안 말을 하지 않던 마여는 버사 플라워즈라는 이웃 여성의 도움으로 문학에 눈을 뜨고, 이후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이미 십대에 샌프란시코 최초의 흑인 전차 차장이 되며 열여섯 살에 임신하여 아들을 낳고 미혼모가 되었다. 2년 뒤에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창녀촌의 ‘마담’ 노릇을 하기도 한다.
1960년대에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요청으로 ‘남부 기독교 지도자 회의’ 북부 조정자가 되었고,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그녀를 미국건국200주년고문위원회’ 위원으로 추대했으며, 카터 대통령은 그녀를 ‘국제 여성의 해’ 미국 준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다. 1993년 1월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요청으로 그의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1970년 자전적 소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를 발표해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으며, 1971년에는 영화 〈조지아, 조지아〉의 각본과 음악을 맡았고 영화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이후 가수, 작곡가, 극작가, 배우, 프로듀서, 인권운동가,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영화 〈뿌리〉와 〈아메리칸 퀼트〉에도 출연했다.
다수의 시집과 에세이 소설을 발표했으며, 현재 미국 웨이크포리스트 대학의 종신교수이다. 이처럼 앤젤루는 가수, 작곡가, 연극배우, 극작가, 영화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여성운동가, 흑인 인권운동가, 저널리스트, 역사학자, 대학교수, 교육가, 강연가 등 어떤 직함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르네상스적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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